-
정지윤 - 가지 사이로 느린 시간이 지나간다시(詩)/시(詩) 2019. 10. 3. 11:48
노인들
듬성듬성 공원벤치에 앉아 있다
유모차 한 대가 지나가고
늘어선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로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간다
비둘기들 저편에
한떼의 아이들이 공을 따라 몰려다닌다
새들이 재잘거리며 떼로 날아오른다
주름진 시선들이 멍하니 그쪽을 보고 있다
유모차가 멀리 코너를 돌아 지워지고
문득, 어린아이의 웃음 하나 뛰쳐나온다
젊은 여인이 돌아앉아 젖을 물리고 있다
가슴이 뻐근해지는 오후가 고요히 말라간다
엉덩이가 무거운 노파 하나 앉힌 채
벤치의 발목이 조금씩 지워진다
(그림 : 박지오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순일 - 말랑말랑 (0) 2019.10.04 김영호 - 가을 미루나무 2 (0) 2019.10.04 양성우 - 그대의 별 (0) 2019.10.02 윤관영 - 가늠하다 (0) 2019.10.02 윤관영 - 고구마 (0) 20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