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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영 - 가늠하다시(詩)/시(詩) 2019. 10. 2. 13:11
장에 가신 어머니가
이천 원밖에 안하는 호미 하나 고르기를
한나절이시다 보도 블록을 긁으면서
실지 호미를 쓰는 것맨치로
가늠하고 계시는 중이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거드신다
―호맹이는 매간지가 짧아야 혀 묵직해야 혀
눈짐작으로 지나가다 가늠하시는 거다
손잡이가 갈라져 이내 못 쓰게 될 호미
중국산이 분명하다 의심 두는데
어머니는 구부러진 정도와 무게와
손에 오는 느낌을 가늠하시느라
밭고랑에 앉으신 것처럼 종내
못 일어나고 계신다
이럴 때, 나는 챙피를 핑계 삼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웃을 줄 아는 내가 되었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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