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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월선 - 빗소리 듣기 좋은 날에시(詩)/시(詩) 2019. 9. 11. 13:56
빨래를 내어 말리고 싶은데
한나절을 지나 밤 깊도록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직 널지 못했습니다
비좁은 맘 안엔 내려야 할 비가
너무 많이 남았나 봅니다
오래 곁에서 낡고 허름해진 옷가지들
젖은 마음을 안고 오지 않는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어서
기왕에 다림질하기로 고쳐 생각합니다
빗소리 들려올 때마다
방울방울 쌓인 백팔 번뇌를
가열된 온도로 쓱쓱 지워나갑니다
다듬이 소리, 목탁 소리, 풍경 소리로
반듯하게 펴질 때마다
시끄럽던 빗소리는 한결 차분해집니다
물음표로 받아 걸던 옷걸이도
듣기 좋은 느낌표로 매달립니다
맘 다스리기 참 좋은 날입니다.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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