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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월선 - 봄에는 연두시(詩)/시(詩) 2019. 9. 11. 13:58
우리, 사는 동안
겨울이 지날 때마다 봄이 온다
봄에는
순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빈 가지마다 연두에서 초록이 짙어지는 것처럼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찬바람에 맞서 독하게 버티다가
겨울도 마지막엔 두 손 들고 순하게 하얀 눈을 내려준다
눈 위를 뽀드득, 눈 뜨는 연두
계절 하나 덮기 위해 연두는 초록을 끌고 가을까지 간다
순하게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것이다
나는 봄이면 자연스레 일어나는 연두만큼 평화로운 색깔을 본 적이 없다
봄에는 연두에 드러누워 연두처럼 순해질 생각을 하자
알고 보면
우리, 사는 내내
계절은 겨울이 조금 더 길었을 뿐이었다(그림 : 남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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