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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 거짓말을 지나며시(詩)/시(詩) 2019. 9. 3. 10:28
이번 여름에도 거짓말이 슬쩍슬쩍 나를 지나갔습니다
동방은 어디인가?
추운 동방으로부터 왔다고 들었습니다
곧 허물어질 바람 위에 지어졌습니다
힘이 아니라
점이 아니라
선이 아니라
장미꽃 장면으로
팬스를 넘고
꽃잎을 접고
나에겐
거처가 없어요 라고 말합니다
거짓말에게서 동방의 가루약이 밝혀진대도
내 혀끝은 서쪽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아주 잠깐 믿었습니다
거짓말은 오렌지색
나직한 뱃고동 소리로 구슬프게 부릅니다
흐린 연필 끝으로
꽃을 그리며
나에겐
망치가 없어요
톱날이 없어요
위험이 없어요 라고 말합니다
한 여름 밤
여름 마지막 부분에서
뭉게뭉게 지나가는 거짓말
누군가는 거짓 시를 쓰고
누군가는 거짓 잠에서 깨고
누군가는 서쪽으로 거짓 바람을 보냅니다
여름에는
동방으로 난 창문으로
마음 놓고 거짓말이 드나듭니다
(그림 : 신제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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