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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 - 서해에서시(詩)/시(詩) 2019. 8. 30. 16:40
펄의 알몸 뒤로 붉은 스란 한 폭이 펼쳐져 있다
풍경이 풍경을 덧칠하는 동안
무미하게 주고받았던 안부는 커피처럼 식고
낮의 건조를 밀어내다 지쳐 어둠이 무뎌질 때쯤
웃자란 약속이 약속의 정형과 이별했다
그물 지지대 밖 밀물이 바닥을 되돌려 주고
디딘 만삭의 섬들이 제 높이를 키운다
켜켜이 올려놓은 모닥불 속
있어도 없는 사람이 사그락 불꽃이 된다
이따금 다려지는 어둠의 주름 속으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던지는 저 마다의 불쏘시개들
갯벌로 스며들다 미처 못 지운 취기의 분장,
데워진 몸을 갯바람이 식힌다
동그란 얼굴, 입 밖으로 나온 이명의 솔깃한 부름에
소스라친 귀가 쑤욱 자란다
귀항지 멀리
뱃고동이 울린 것 같다
어쩌면 도착해 있을지도 모를 신호
청각의 바깥에
이미, 나는 없는데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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