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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건 시간이었고
계곡에서 흘러오는 것도 시간이다
대웅전 옆 배롱나무 꽃빛 따라
건너야 할 물길 앞에서도
나는 자꾸 후미였다
망설이며 외로웠다
가버린 건 사랑이었고
먹구름처럼 다가오는 것도 사랑이다
욕망이란 한낱 부유하는 풍문이라는 듯
몸부림을 치고 난 다음에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언제나
지나간 사랑과 다시 오는 사랑 사이였다
가버린 건 꿈이었고
아직도 물가를 서성이는 그리움이 찾아왔다
꺼지지 않은 마음 위로
늙은 잉어가 입을 벙긋거릴 때
깨달음은 게으른 중의 장삼 자락이었다
오류가 내 생활이었다
이십 년 동안
오어사,
변하지 않은 건 물빛만이 아니었다
변해버린 건 단청만이 아니었다
아픔이 부쩍 는 고독 또한 빛나고 있었다
(그림 : 김현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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