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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쓸모에 대해 생각한다
꿈틀거리는 맨발의 눈물을 기억한다
밑창은 닳아서 흙과 친하고
골목길 술 냄새는 시큼한 발바닥과 친하다
낡아서 반들반들한 웃음들
한때 개가 덥석 물어재낀 자리는
선명하게 제 흉터를 드러내고 찡그린다
고통의 쓸모에 대해 생각한다
찡그리는 흉터는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저릿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아도
찢긴 자국은 보는 이의 어깨를 서늘하게 한다
고통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물처럼 스며드는 것이다
맑은 눈동자를 흐리게 하고
연두빛 이파리를 키우는 것이다
날카로운 이빨에 짓밟힌 자리는 짓무르다가 아물어
햇살에 단단한 눈빛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 : 문정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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