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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규 - 적빈을 위하여시(詩)/시(詩) 2019. 8. 24. 14:26
방어진으로 와서 만호장안의 바다를 소유하기로 한다.
옆구리에 끼고 온 것이란 때 묻은 담요 한 장과
고단한 몸 눕혀 아름다운 꿈 청하기에 넉넉한 베개
이제 와서 보니 이것도 한갓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밤마다 뒤척이는 바다를 베고 잠들 수 있고
아무래도 시린 어깨는 한 자락 파도를 끌어다 덮을 수 있으니
가난은 나의 고향
가난만이 살림의 밑천이었던 어머니의 무덤
기둥에 머리를 처박고 마루 끝에 앉아 있던
번번이 남루의 헌 보따리를 들고 오는 가난이여
오늘은 내가 가진 바다를 죄다 돌려주려 한다.
해 돋는 아침과 달 오르는 저녁의 바다 봉두난발이 되기 전에
언제라도 풍족하게 머물다 가도록 자리 비워 두었으니
어려워 말고 문을 두드려라. 밤새 불을 밝힐 기름도 있으니
그러나 어쩌랴 저 무변의 바다를 다 소유하고도 빈주먹뿐이다.
(그림 : 홍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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