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란 - 푸른 밤시(詩)/시(詩) 2019. 8. 24. 14:16
짙푸른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낯선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볼 때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
그렇게 가고도
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만 다 이해한다(그림 : 안기호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석규 - 1950년대 풍으로 (0) 2019.08.24 김석규 - 적빈을 위하여 (0) 2019.08.24 권순자 - 구두 (0) 2019.08.24 강영은 - 비의 수상식(授賞式) (0) 2019.08.23 장철문 - 단풍나무 길에 서서 (0) 2019.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