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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몸국시(詩)/손세실리아 2019. 8. 18. 22:40
몸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암록색 해조류인 몸말에요
남쪽 어느 섬에서는 그것으로 국을 끓여내는데요
모자반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왜 몸이라 하는지
사람 먹는 음식에 하필이면 몸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먹어보면 절로 알아진다는데요
단, 뒤엉켜 배지근해진 몸의 몸 설설 끓는 몸들이
당신을 빤히 올려다보거든 시선을 얼른 피하셔야한다는데요
십중팔구 속내 도둑맞을 테고 늑골 마구 결릴 테니까요
몸이 몸을 먹는 일 한 외로움이 한 외로움을 먹어치우는 일
그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실은 울컥하기도 경건하기도 한 의식이잖아요
것 봐요 내 뭐랬어요 주의하랬잖아요
생각이 예까지 이른 걸 보니 그새 몹쓸 몸에 제압당한 게 분명해요
몸이 화두가 된 게 확실해요 사랑을 폐한 게 틀림없어요
식어 뻣뻣해진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당신 쯧쯧 울고 있군요
그러고보니 당신 몸국을 시키기 전부터
그것의 유래를 몸소 알고 계셨던 게로군요몸국 : 제주 토속음식으로 돼지를 삶고 남은 육수를 모자반과 함께 끓인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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