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세실리아 - 벼락지시(詩)/손세실리아 2019. 8. 18. 22:33
마실 다녀온 노모 손에
상추 한 봉지 들려 있습니다
좌판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사 들고 오기 시작한 지 아흐레쨉니다
처음 며칠은 밥도둑 저리 가라던 것이
며칠 지나지 않아 풋내도 나고 물려
본척만척했더니
집안일에서 손 뗀 지 오래인 당신
손수 버무리기 시작합니다
그 동작이 어찌나 날랜지
잎에 간 밸 틈 없고 금방이라도
밭으로 기어갈 듯 싱싱합니다
곧 고동 오를 테니 며칠만 더 참고 먹어주자
설마 쇠어빠진 거 갖고 나오겠냐
차려주는 밥상도 귀찮을 나이에
오죽하면 뙤약볕에 나와 종일 저러고 있겠냐
잊었는지 모르겠다만
나도 너 그렇게 키웠다
천둥번개 치듯 벼락 때리듯
삽시간에 무쳐 내놓은
준엄한 말씀 한 접시
벼락지 : 겉절이의 전라도 말
(그림 : 박찬선 화백)
'시(詩) > 손세실리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세실리아 - 몸국 (0) 2019.08.18 손세실리아 - 두모악에 전하는 안부 (0) 2019.08.18 손세실리아 - 육지것 (0) 2019.04.03 손세실리아 - 찔레꽃 (0) 2017.11.27 손세실리아 - 산수유 마을에서 일박 (0) 20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