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세실리아 - 찔레꽃시(詩)/손세실리아 2017. 11. 27. 12:53
여린 살갖 비집고 내려온
아가의 젖니같은 낯바닥으로
창백히 웃고 있었다, 너는
상처의 상처조차 두려워
산기슭 개울가로 숨어들어가
나무이면서도 풀처럼 무릎 꿇고
순백의 꽃 한 무더기
덤불 속에 낮게 내려 놓았다, 너는
사랑아, 내 가엾은 사랑아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말아라
네가 몸 눕혔던 그늘진 땅에
나 맨발바닥으로 들어서노니
연둣빛 가시 무르게 만들어 맞이해다오
이윽고 꽃 진자리
갈라터진 마음 정수리에
피멍같은 찔레 열매만 붉디 붉을지라도
한때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우리
남은 생 버텨낼 수 있지 않겠니(그림 : 김동구 화백)
'시(詩) > 손세실리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세실리아 - 두모악에 전하는 안부 (0) 2019.08.18 손세실리아 - 육지것 (0) 2019.04.03 손세실리아 - 산수유 마을에서 일박 (0) 2015.04.21 손세실리아 - 덕적도 (0) 2015.04.21 손세실리아 - 바닷가 늙은 집 (0) 20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