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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덕적도시(詩)/손세실리아 2015. 4. 21. 14:14
옹진군 덕적 포구의 감청 빛 하늘엔 제 몸의 열꽃 소등시키지 못해 뒤척이다
덕석 같은 모래밭으로 추락한 성운 한 무리 뒹굴고
난바다로 달아나려다 발목 붙잡힌 폐선 하나 소금기둥으로 못 박혀 있다.
집어등에 홀려 먼 길 헤엄쳐온 살오징어 축 처진 귀때기 지느러미가 부표로 떠다니고
더는 물러 설래야 물러설 곳 없는 중늙은이들이
길바닥에 퍼질러앉아 그물코 꿰매는 섬땅.
소사나무 구부러진 가지 가닥가닥 침몰하는 노을 향해 허리 숙일 때,
적송 숲 솔방울도 은빛 살내린 갈대도 저마다 봉숭아 빛 지등 제 몸 안에 켜들고
황해로 황해로 길을 트는 소슬한 포구
허름한 선술집에서는 폐경을 넘긴지 오래인 작부가
생의 마지막 사내를 맞기 위해 서둘러 술잔을 비울테고
섬 끝 손바닥만한 사구에서는 온 밤 내 해당화가 서늘히 이울었다가
또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나는 것이다.
(그림 : 이남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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