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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욕시(詩)/손세실리아 2015. 4. 21. 14:00
막 삶아 건진 수육과 탁주 한 말 마을 회관에 들이던 날
필시 입막음용일 게라고 사람들은 속닥거렸다
집주인 박목수가 전기세 물세 똥세를 터무니없이 물려도 조목조목 셈하지 못했고
깔깔이 맞춤 원피스 품이 솔거나 장날 산 태양초에 희나리가 근 반쯤 섞여 있어도
첫 휴가 나왔다가 구대 날짜 넘겨버린 외아들을 고발할까 두려워 따지지 못했다
방범대원 호각소리 유난히 긴 밤이었던가
잔술 팔아 모은 뭉칫돈 쥐어주며 빌어먹더라도 대처로 나가라고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겟느냐고
순경한테 붙잡히면 끝장이니 시비 거는 놈 있거든 무조건 져주고
파출소나 검문소 근처는 행여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하루를 살더라도 사람같이 살아보라고
등 떠밀고 돌아와 그 길로 곧장
박목수 멱살 잡아 공과금 되돌려 받고 실밥 터진 원피스 다시 재단시키고
시장통 어귀에 희나리 자루 째 패대기쳤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밤새 막걸리 독 바닥내던 어머니,
이 말을 끝으로 정신을 놓고 말았다
오살헐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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