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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세실리아 - 욕타임
    시(詩)/손세실리아 2015. 4. 21. 13:22

     

    오천 평 농장일도 척척

    중증 치매 시아버지 병 수발도 척척

    종갓집 외며느리 역할도 척척인 여자가 있다

    곱상한 외모와 왜소한 체구만 보면

    손 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 것 같은데

    일일 노동량이 상머슴 저리 가라다

    그 정도면 신세 한탄으로 땅이 꺼질 법도 한데

    볼 때마다 환하다 생색내는 법 없다

    슬쩍 비결을 물었다

     

    궁금하나? 하모 내만의 비법이 있재 내도 인간인데 와 안 힘들겠노 참다참다 꼭지 돌믄 똥차로 냅다 뛰는 기라 거기서 싸잡아 딥다 욕을 퍼붓는 기지 나가 느그 집 종년이가 뭐가 떠받들어도 살지 말찐데 주둥이만 열믄 뭔노무 불만이 그리 많노? 그리 잘하믄 늬 누이들이랑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모시지 와 내한테 미루는데? 욕만 하는 줄 아나? 쏙이 후련해질 때까지 고함치고 삿대질도 한다카이 그라고나믄 뭍으로 유람 댕겨 와 해가 중천인 줄도 모리고 디비자빠져 잠든 띠동갑 황소고집 서방도 불쌍코 공주 행세하는 시엄씨도 불쌍코 정신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문서란 문서 거머쥐고 호령하는 시아배도 불쌍코…… 뭣보다도 쉰 넘은 나이에 체신머리 읎게 욕이나 씨부리쌌는 내 드러븐 팔자도 불쌍코

    감귤밭 터줏대감 늙은 개도 꼬리 내리고 납작 엎드려 잠자코 들어준다는

    (그림 : 김경렬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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