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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산수유 마을에서 일박시(詩)/손세실리아 2015. 4. 21. 14:21
구례 산수유 마을에 갔다가
소소리바람 덜덜 떨고 서 있는
이마 까칠한 어린 산수유나무를 만났다
행여 잔가지 다칠까 걸음 단속했음에도
돌담 밖으로 불거져 나온 어깨 한 켠
미처 피하지 못해 툭 밀치고 말았나보다
못마땅한 듯 빤히 쏘아보더니만
내 낯빛 속 숨은 그림이라도 찾아냈다는 듯
조동이 움찔움찔 실소하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마른 꽃눈들 예제서 총총 휘둥그레져
민박집 황토마당으로 오르르 몰려들고
황색경보 발령된
아찔한 그믐밤
발칙한 것 같으니라구
한낱 산꽃인 주제에
내 안에 숨겨둔 사랑을 감히 엿보다니
낱낱이 발설해놓고 저토록 딴청이라니
(그림 : 박용섭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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