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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육지것시(詩)/손세실리아 2019. 4. 3. 09:43
섬 토박이들 사이에 이주민은
육지것으로 지칭된다
처음엔 어이없고 불쾌했지만
내막을 알고 나니 수긍이 갔다
입도 초기엔 입안의 혀처럼
곰살궂다가 차릴 잇속이 없어지면
돌연 안면 몰수해버리는 얌체가
숱하기 때문이란다 반면
육지에서 유입된 배추는
고유명사처럼 육지배추라 부른다
쉬 무르지 않아 겨울철
장기저장이 용이한 까닭이다
섬에 건너와 환대받기까지
다만 묵묵히 본분에 충실했을
속이 꽉 찬 진녹빛 생 앞에서
마음 일부는 육지에 두고
몸뚱이만 섬에 부려놓은 채
마치 뼈를 묻을 것처럼
입만 나불댔던 섬살이를 돌아본다
배추만도 못한(그림 : 채기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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