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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나무에 올라간 당신 한 움큼 자두를 땁니다
땅 위에 서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당신이 내려다보며 자두를 건네줍니다
빨간 빨그댕댕 자두 알들 당신 손에서 내 손으로
주먹 쥔 갓난아기 미끄러지듯 굴러 내립니다
동글동글 하나 둘 셋 넷
당신 손가락 끝을 지나 맞대고 벙그린 내 두 손으로
자두가 다 건널 때까지 당신과 내가 자두를 바라봅니다
나는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고 있으리라는 것을
서로 자두나무 곁을 떠나더라도
이생에서 우리 잠시 자두나무 식구였다는 것을
뻐꾸기 소리 영롱한 한나절
풀쩍, 당신이 자두나무에서 뛰어내립니다
빨간 자두 알알이
수많은 풍선되어 날아오릅니다
(그림 : 이창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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