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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 김밥 마는 여자시(詩)/시(詩) 2019. 8. 17. 21:12
눈 내리는 수유 중앙 시장
가게마다 흰 김이 피어오르고
묽은 죽을 마시다 보았지,
김밥을 말다가
문득 김발에 묻은 밥알을 떼어먹는 여자
끈적이는 생애의 죽간(竹簡)과
그 위에 찍힌 밥알 같은 방점들을,
저렇게 작은 뗏목이 싣고 나르는 어떤 가계(家系)를
한 모금 죽을 마시며 보았지
시큼한 단무지며 시금치며
색색의 야채들을 밥알의 끈기로 붙들어 놓고
붓꽃 같은 손이 열릴 때마다 필사되는
검은 두루마리,
이제는 하나가 된
그 단단한 밥알 속에서 피어오르는
삼색의 꽃들을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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