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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 시절인연(時節因緣)시(詩)/시(詩) 2019. 8. 17. 21:21
삼천포 실안 포구에 앉아 보는 늦여름 일몰이 혼자다
멀리 바다를 가로지르는 고깃배의 여수 쪽이 아직은 환한데
그 너머의 저쪽,
저녁 하늘이 파도의 탁본을 뜨는 먼 수평선
오늘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가 또 혼자다
오래 골몰하던 구름이 이쪽으로 응어리진다
어떤 인연으로 나는 남쪽 바다에 살게 되었는가
생각하다 왜 모든 경전의 끝은 끝내 주문으로 끝을 맺는가
생각하니 경전도 모르는 인연의 시절이 있다는 거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삼천의 포구가 있고
아직 더 보지 못한 삼천의 일몰이 있겠지만
지금은 여기 앉아 감당하라는 거다
끝내 고여서 넘치는 고요
(그림 : 김영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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