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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막장, 그때시(詩)/박일만 2019. 8. 10. 16:11
경사진 삶이 시멘트 길을 만날 때 마다 나는 산문(山門)을 열고 달려 나오는 검은 발원지를 찾아 나섰다
햇빛도 들지 않던 공간 속에서 청춘을 검게 닦으며 숲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슬픈 소리를 가슴 가득 채웠다
지상을 꿈꾸는 동굴 저 만치 세상살이에 미숙아인 검은 내가 이마엔 탐색의 더듬이를 달고 붉은 심장으로 서 있었다
이름 모를 들꽃 흐드러진 그곳, 검은 마을에선 기계소리 요란하고 밥 짓는 연기가 날아올랐다
지축을 흔드는 자본주의의 발자국에 짓눌려서도 질경이는 단단한 땅을 밀고 올라왔다
은빛 달무리 뜰 무렵불씨를 캐던 나의 땀에 은밀한 날개가 돋았다
(그림 : 박진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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