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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노량진역시(詩)/박일만 2019. 8. 10. 16:15
철로 건너에서 끼쳐오는 물 냄새
한강을 헤엄쳐 온 물고기들 땀 냄새
강은 환승역이다
작은 물고기들 공중으로 떠오를 부레를 키워가는,
북적대는 흙냄새도 자욱하다
인생역전 물결을 거슬러 오르는
고시원 사람들의 등허리에 피는 지느러미
취업의 공식을 풀다가 지친 눈빛으로
가득히 모여드는 포장마차 즐비한 골목길
세상 끝에서 모여 끝을 찾아가는
발걸음들 끊임없이 분주하다
눈물도 사치인 공간
낡은 빌딩 벽에 가득히 새겨 놓은 다짐들
살아간다는 것은 이처럼
냄새 많은 공간을 채워가는 작은 몸짓일지니
얼룩진 골목 일수록
머물다간 사람이 많다
한강을 바라보며 수없이 꿈틀대는 꿈들이 모여
현재에도
미래에도
오래된 냄새에 젖는,(그림 : 백준승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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