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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일만 - 육십령 2
    시(詩)/박일만 2019. 8. 10. 15:57

     

    겨울이 막 떠난 논밭에다 들불을 지피며
    자운영 꽃이 피었지
    산속 토끼들도 배가 고프던 시절
    분홍빛 튀밥이 지천으로 터지고
    꽃밭에 누워 나는 시장기를 몰래 달래곤 했었지
    자운영이 한창일 무렵이면
    게으른 소를 앞세워
    남의 논 써레질 품팔이를 하시던 아버지 곁에서
    나는 종아리에 붙은 거머리에게
    피를 나눠주곤 했었지
    파랗게 비워진 하늘에서 공중돌기를 하며
    강남제비가 돌아오는 봄날이면
    자운영! 제 몸을 꺾어
    다디단 향기를 땅속 깊이 묻곤 했었지

    육십령(六十嶺) :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과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을 잇는 고개. 육십현·육복치라고도 한다. 높이는 734m

    예로부터 이 고개를 넘으려면 60명 이상의 무리를 지어서 고개를 넘어야 도둑떼를 피할 수 있다거나 재몬당까지 60여 굽이가 된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다.

    소백산맥이 활처럼 둘러싸고 있어 다른 지방과의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영남지방의 주요교통로로, 조령(643m)·죽령(689m)·팔량치(513m) 등과 함께

    영남지방의 4대령으로 꼽아왔다. 특히 육십령은 영남지방과 호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요교통로였으며, 현재는 전주-대구를 잇는 국도가 지난다.

    삼국시대에는 나제국경(羅濟國境)의 요새지로서 성터와 봉화대 자리가 지금도 남아 있다.

    인근 덕유산 봉우리에는 이성계(李成桂)가 왕이 되어 등극할 때 제단을 설치하였다는 유적이 남아 있다.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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