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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정선장(場)시(詩)/박일만 2018. 5. 9. 01:29
군청에서 내준다는
자리 하나 꿰차지 못한 채
좌판을 벌려 놓아도 햇살만 기웃,
노파를 닮은 산나물 그릇들이 수척하다
잘 지냈소?
외지 장사꾼이 모여들며 인사를 건네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는 아라리
아라리로 흘러가는 산천만 낯빛이 깊다
쇳소리 목청들로 메워지는 장마당
사방에서 모여 팔방으로 흩어지는
바람같은 생들이 목을 빼고 닷새를 외친다
한 묶음 삼천 원, 둘에 오천 원!
어깨걸친 산맥들이 연대하여 세상을 불러 모으는
하루가 분주하게 저물어 간다
비끄러맨 구절초 꾸러미들 툭, 툭 햇살을 끊고
어느 사이 난장판이 휘청하자 뼈대만 남는 골목들
번잡한 소리와 몸짓들이 사라진 바닥엔
흙먼지만 난분분 난분분,
펄펄 끓다만 가마솥이 적막과 함께, 휴!
뒷 담화를 즐긴다
정선장 : 정선5일장(旌善五日場).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에서 5일마다 열리는 정기 전통시장.
전국 최대규모의 민속장(전통시장)으로, 1966년 2월 17일 처음으로 열렸다. 장은 매달 2·7·12·17·22·27일에 열린다.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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