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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새벽에 깨어 앉아
잠든 식구들 둘러보는 일 늘었다
바보온달처럼 구겨져 잠입하는 집
투정 많은 아내도 잠들어 있을 때는
미간에 주름을 모으지 않는다
언제나 힘 좋은 임꺽정이 돼달라는 아들딸
가파른 언덕으로 나를 몰아 부치지만
털끝 하나 꺽을 수 없는 바람에도 자주
마음 무너진다
지푸라기처럼 서걱대는 고독을 숨기며
새벽잠이 줄었다
직장에서, 술자리에서, 사람들 틈에서
화살처럼 날아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머리띠 동여매는 일
수없이 늘었다
(그림 : 김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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