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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 - 낙엽의 관념성시(詩)/시(詩) 2019. 8. 10. 15:53
바스락거리는 습성으로 한 계절을 타고 넘는다
여태 깊은 침묵을 배우는 중이다
허공을 버릴 때마다 나의 뿌리가 궁금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구에게도 의무가 아니어서
타인들은 아무렇게나 나를 흔들며 지나간다
간혹 짐승들이 다가와 나를 시험한다
내가 그들의 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거짓말이다
누군가의 편이라는 건
나를 바싹 말려 작은 울림을 내는 것
소리 없는 미동으로도 나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나는 아직 부족하다
나를 버리다가 바람과 맞선다
대답을 찾다가 흙에 울음을 묻는다
가을볕에 나를 꺼내 읽으면
이제 오독으로 눈이 멀어간다
계절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면
내가 가장 슬플 때 나를 떠나간다
내 삶 가장 밑바닥에서 누군가의 눈에
별보다 더한 반짝거림이 머물기에
잠시 기댄다 그뿐이다
(그림 : 서정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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