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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할 때는 모두가 공산주의자다.
비를 맞고
팽팽한 빨랫줄처럼 서로를 서로만큼 당기는 것이다.
노을처럼 걸리는 것이다.
조금씩 청춘의 잔을 비우는, 바람의 이야기.
비가 오는 날에도 어딘가에선 노을이 진다.
매순간, 저녁이 오는 곳은 있으니까.
누군가 노을을 보며 말하겠지.
꼭 비에 젖는 기분이야.
그러고는 늙어버린 나를 빨랫줄에서 내려주겠지.
가슴으로 팔을 모아 개켜서는 시간이 빠져나간 옷 위에 가만히 포개놓겠지.
꿈이 었을까?
몸이었으니. 일어서면 나란히 서는 두 다리처럼
결국 툭 떨어지는 팔처럼.
그래서 가끔은 팔짱을 낀다.
왼팔과 오른팔을 서로 감으면, 혼자 하는 포옹은 또 포로 같아서
그때는 꼭 묶인 것 같아서, 계급 같아서
고독은 매순간 어딘가에서 저녁을 따라 도는 노을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청춘의 당원들을 끌고 가는 비처럼
바람이 오고 바람은 간다.
(그림 : 이우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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