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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 달을 찌는 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니시(詩)/시(詩) 2019. 7. 2. 10:44
술집에 유일한 사자성어인
해물파전을 먹으며
빛이 드는 창문은 창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나는 말했어요
하수구가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들은 지 오래지만
능력을 무기로 삼은 지 오래지만
퍼렇게 살아 있지만
자주 손을 뻗지만,
어디 시든 이파리 따온 거 마음에 살라 해봐요
옆집에 누가 사니까 마음 편히 먹으라 해봐요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싶을 땐 참으라 해봐요,
세상이 과연 그렇게 돌아가나
그래서 아까 그렇게 말한 거예요
해물파전을 다 먹었을 땐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 나는 누굴 만날 수 있을까요?
찐 굴 같은 대답을 들었지만
역시 그럴싸하게 잘 모르겠어요
바닥으로 턱을 괴도 모를 거예요
모르는 사실이지만
세상은 나를 포함하여
느린 것들을 탓할 수 없을 거예요
당기라고 써진 문을 당겨도
당분간은 여러가지가 동시다발일 거예요
(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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