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한용국 - 심야산책
    시(詩)/시(詩) 2019. 7. 2. 10:18

     

    나쁜 웃음도 간결할 수 있습니까

    몸보다 먼저 발이 달려나갑니다

     

    저녁의 국경에 얼굴을 묻고

    거대한 풀잎 위에서

    바람의 방향으로 눈을 치켜뜹니다

     

    회복 중인 날씨는 누구의 가계입니까

    남은 빗방울들은

    허공의 꿈속으로 자라날 겁니다

     

    가로수들의 간격은 어찌나 윤리적인지

    한 걸음만 비켜서도 영원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습니다

     

    불빛 속 먼지 쌓인 아우성이

    오늘의 특집입니다

    여러 번 돌아서서 그림자를 확인해야만 합니다

     

    유리가면을 벗겨 줄 사람은 누구입니까

    어떤 단어들이 가면 속에 새겨져 있습니까

     

    오늘도 생활에 실패했지만

    독하게 웃으면서 반달 아래를 걸어갑니다

    어제의 마음을 달래며 걸어갑니다

    지켜야 할 약속과

    잃어버린 발을 중얼거리며 걸어갑니다

    (그림 : 이종화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은영 - 역전  (0) 2019.07.02
    최세라 - 제비꽃  (0) 2019.07.02
    박태진 - 어머니  (0) 2019.07.01
    이향 - 반지  (0) 2019.07.01
    윤일현 - 장마철  (0) 2019.07.0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