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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퍼부은 비로
학교 앞 샛강 넘치는 날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결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그런 날은
누나를 졸라서
사카린 물 풀어먹인
밀이나 콩 볶아
어금니 아프도록 씹으며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거나
배 깔고 엎디어 만화책을 볼 때면
눅눅하고 답답한 여름장마도
철부지 우리에겐 즐겁기만 했고
아버지 수심에 찬 주름진 얼굴도
돌아서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
형과 나는 은밀한 눈빛으로
내일도 모레도 계속 비가 내려
우리 집만 떠내려가지 말고
샛강 물은 줄지 않기를
낄낄거리며 속삭이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간절히 쉬고 싶을 때는
샛강 넘치는 꿈을 꾼다
(그림 : 설종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