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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
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
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도
꼭 나쁘지만은 않았지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
가끔은 공유했던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반지는
테두리를 더 고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림 : 엄윤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