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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 어디를 살아도시(詩)/시(詩) 2019. 6. 14. 14:10
당신에게 가는 내 보폭이 핵심 문장이라면
눈먼 그리움은 주석이다
어디를 살아도 부록이었던 인생
너무 많은 희망이 눈을 멀게 했다
불행에 기대는 건 불행의 속살이 가진 미묘한 맛 때문
씹을수록 아리지만 끝 맛에 감도는 감칠맛을 잊을 수 없다
때로는 본문보다
깨알같이 작게 써놓은 주석만 읽다가 하루의 출입구를 닫기도 한다
그 하루는 비린내가 가시질 않았다
어디쯤에서 멈춰야 할 것을 알면서도 지독한 그리움, 독한 회한이 남아호흡의 질서를 훼방한다
바람이었나
어제 나를 흔들고 지나간 것은 진정 바람이었나
아직도 당신이 남아서
시간의 결 따라 흘러가지 못한다
간이역에서 헤어져 내 앞이나 뒤의 배경이 된 당신이지만
그러나 당신은 내 본문이다
어디를 살아도 선명하다(그림 : 김동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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