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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포구가 보이는
수루 앞 계단에 앉아
한 여인이 그리워
낡은 항구를 세 번 다녀간
자작나무를 닮은 사내를 떠올린다
가난했으나 어질고
외로뤘으나 높고
쓸쓸했으나 다정했을 그가
사면이 바다인
섬을 닮은 남쪽 항구에서
그리워한 여인
김냄새 나는 비가 사흘을 내리는
저문 여름 바닷가 늦은 밤
기타소리에 실린 장단은 깊어 가는데
어장아비는 없고
선술집 아낙이 내어놓은
갈치젓은 곰삭고
그가 끝내 만나지 못한 천희를
오늘 내가 그리워하며
붉은 갈색 열매 드리운 이깔나무 아래
물 맑은 샘이 있다는 마을을 어름하며
지워지지 않는 젖은 얼굴을 닦는다
갈매나무를 닮은 그 사람
김냄새 나는 비가 : 백석의 시 통영(統營)일부 인용
(그림 : 김길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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