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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이 돼도 집집은
불이 켜지지 않은 지 오래다
길을 밝히고
발소리를 기다려보지만
앉아보지도 못하고
꼬박 날을 새는 게 부지기수
바람이 심심찮게 불빛 아래 휘청거리지만
텅 빈 집은 늘 캄캄한 속이어서
불러도 돌아오는 건 까맣게 목이 쉰 어둠,
불면으로 지새고서
지친 제 몸부터 꺼버리는
차가운 집(그림 : 오치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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