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길 - 첫 말문시(詩)/시(詩) 2019. 5. 31. 19:16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은
단풍이 붉었다.
천진 소나무 숲을 지나서야
그녀가 첫 말문을 열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나에게 들려준 첫 말 한마디
아무것도 몰라요.
청간천 다리를 건너
호롱불빛 내다보는 초가 앞까지
그녀를 바래다주며
두어 번 옷깃이나 스쳤을까
초가을 달빛이 갈댓잎에 부딪혔다가
싸락싸락 떨어지고
그때마다 여울 물살은 아프게 울었다.
동해가 그 아래서 으르렁대고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천진 : 강원도 고성군 천진면
마을을 중심으로 남녘으로는 순채 순 가득한 천진 호수가 맑고 북녘에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이 다락처럼 놓여 있다. (최명길 시인)
(그림 : 김복동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봉덕 - 감은사 (0) 2019.06.03 윤강로 - 무명천(無名川)을 지나면서 (0) 2019.05.31 김황흠 - 외등 (0) 2019.05.30 김기홍 - 그 옛날의 사과나무 숲 (0) 2019.05.30 최라라 - 마두역에 서 있는 가방 (0) 2019.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