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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라 - 마두역에 서 있는 가방시(詩)/시(詩) 2019. 5. 30. 19:22
이런 날은 좀 우울했으면 좋겠어
조금 전까지는 알았는데
지금은 죽어도 생각 안 나는 어떤 것이
허공과 허공 사이에 걸려있는 오후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고백하는 누군가를
이제는 만나도 좋겠어
우연히 만난 불꽃축제처럼 황홀하지만 쓸쓸한
그 강변의 바람 같더라도
이제 쉽지 않아 내 맘대로 나를 분리하는 일은,
가령 블라우스에 묻은 찌개 국물처럼
나는 그대로가 나일뿐
우울해지는 일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엔
어떤 전철을 타고 흘러가야겠니
내가 여기서 아, 할 때
누군가 어,
하고 대답해줄 그 어디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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