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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 링은 치고 빠지는 격투장펀치 날리는 눈빛에 응집력이 번뜩인다
펀치가 날아든다
승자만이 인정받는 정사각의 생리
패자는 기억 밖으로 밀려난다
삶의 현장은 숨소리가 거칠다
결과만이 인정받는 곳, 살벌하다
경기를 마친 복서
고통의 한계를 넘고 싶을 때
가끔은 바닥에 누운 적도 있다
링이 없는 직사각형 침대에 몸을 맡긴다
침대는 사내를 끌어안는다
패자의 몸뚱이가 지쳐 휘청거릴 때
위로받을 곳은
오직 직사각형의 침대 뿐, 거기엔 안식이 있다
하루의 피로가 날아간 자리, 새 꿈을 꾸는 곳
그래서 폭신하다
직사각형에서 충전되고
다시 정사각형으로 나가보지만
기대와 실망으로 탄력을 잃은 몸, 다시 비틀거린다
사내에겐 직사각형의 침대가 유일한 희망이다
직사각형에 다시 눕는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그림 : 김호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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