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미리 - 봄의 전입신고시(詩)/시(詩) 2019. 5. 29. 09:05
햇살, 가만가만 내려온다.
겨우내 잠들었던 잔디의 이불 거두며 전입신고 한다.
마실 다녀온 바람이 마스카라 올린 눈썹처럼 뾰족한 마음을 매화나무 가지에 걸어둔다.
매화나무, 자리를 내주면서 도도하게 꽃망울 터트린다.
어디서 무슨 소식 들었을까. 여기저기 줄을 서서 마음밭에 발 들여 놓는 것 있다.
구례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산수유, 너릿재 터널에서 속도위반으로 내려온 노란 개나리,
만연사 선정암 진달래꽃, 황새봉 친정집 앞마당에 살고 있는 살구꽃…….
빨리 얼굴을 보이겠다고 한꺼번에 팡팡 터진다.
햇살이 불러들인 꽃잎들, 명지바람에 휘날려 향기롭다
넌출처럼 이어지는 봄소식, 나비들 날아오른다. 멍울진 세포들 간지러워 일제히 눈 뜬다.
머지않아 전입신고 줄 잇겠다.
(그림 : 고재군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애 - 사각형 (0) 2019.05.29 임미리 - 양파를 샀어요 (0) 2019.05.29 정수경 - 딸꾹질 (0) 2019.05.29 사공정숙 - 문안(問安) (0) 2019.05.28 사공정숙 - 양말을 개키며 (0) 2019.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