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호 - 소금이 온다시(詩)/시(詩) 2019. 5. 25. 18:58
소금이 온다
신안 증도 태평염전 소금밭
한여름 뙤약볕을 삼켜서야 소금이 온다
하늬바람 부는 날에는
바스락바스락 발소리 내면서
소금이 온다
고통 없이 소금은 오지 않는다
바다가 바다를 낳고
파도가 파도를 낳는 그 산고(産苦)의 눈물
햇볕과 바람에 말리면서
비지땀 흘려가며 고무래질해야, 비로소
드넓은 소금밭에 하얀 소금이 온다
밤 이슥하도록 소금이 살찐다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담백한 짠맛은 바다의 것이리
부드러운 단맛은 햇볕의 것이리
짭짤한 향기는 바람의 것이리
가슴에 바다 한 뙈기 일궈본 자만이
소금의 참맛을 안다
당신의 소금창고에는
우유니 소금사막보다 더 영롱한 눈물이
고슬고슬 여물어간다
하늬바람 : ‘하늬’는 뱃사람의 말로 서쪽이다. 하늬바람은 맑은 날 서쪽에서 부는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을 말한다.
우유니 소금사막 (Salar de Uyuni) : 볼리비아 남서부 염분이 침적된 거대한 평원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산간 고원인 알티플라노 해발 3,665m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그림 : 설종보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형권 - 소는 생각한다 (0) 2019.05.27 조선의 - 태평동 살구꽃 (0) 2019.05.26 박준 - 이름으로 가득한 (0) 2019.05.25 박준 - 선잠 (0) 2019.05.25 박준 - 종암동 (0) 2019.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