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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 - 총상화서시(詩)/시(詩) 2019. 4. 23. 08:50
봄은 한 번도 봄에 이른 적 없고
너무 가벼워
담장 어디에도 주울 수 없는 발소리가 땡볕 아래의 줄기들을 깨운다
용서 같은 건 받는 쪽보다 하는 쪽이 나을 줄 알았어,네가 아침을 그렇게 닮은 줄 몰랐던 나는 주전부리 하나 없는 저녁만 닮아갔다
나무도 링거를 맞는 세상이네
그런 소리나 하면서
기약 없는 인사를 늘려가면서
우리는 더 가벼운 곳으로
꽃잎들이 다시 하늘로
졸도한 온도계 눈금을 손금처럼 펴 보이는
네겐 모든 상처들만 유채색이었다
밀과 보리가 자라듯
우리는 무한히 자랄 줄 알았지 다르게 자란 건 죄야,나는 너를 탓하고 너는 봄을 탓하며 젖은 잎을 주웠다
웃으면서, 웃으면서 끼워놓은 책은 다시 펴지 말자
아무리 걸어도 마주치지 않을 계절 앞에서
봄이라는 말은 더 근질근질했다
덮인 앞장을 되돌리는 꽃눈이겹겹이 오른다
총상화서(總狀花序) : 중앙의 긴 꽃차례의 축에 거의 유사한 길이의 작은 꽃자루가 있는 꽃들이 달려 형성하는 꽃차례.
무한화서의 일종이며 작은 꽃자루가 달리는 간격이 비교적 긴 편이다.
아까시나무를 비롯하여 등나무, 때죽나무 등이 이에 포함됨.
(그림 : 김용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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