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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 나머지를 가져 본 적이 없다시(詩)/시(詩) 2019. 4. 15. 14:03
녹여 먹던 사탕을 와작 깨물 때
나머지라는 말이 깨졌다.
나머지라는 것, 끝까지 녹여 먹거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 일이 없다.
나머지들은 어디에 있는가.
풍족과 충족을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는 나머지 것들.
딱 맞았던 것도 없는데
미루어 놓은 것들도 없었는데
나머지를 가져 본 적이 없다.
너무 큰 수로 나누어 나머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빨리 계산해 버린 것이거나
너무 빠르게 계산한 것이다.
나눗셈을 배운 후로 사소한 것들을 다 나누었다.
계산된 몫으로만 살아가는 줄 알았다.
나머지는 버려지거나
소수점 아래 1도 안 되는 값으로 바둥거리는 것들,
늘 나머지만으로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일이든 끝에 닿지 못할 때
앞뒤가 꽉 막힌 벽 같을 때
나머지라는 말 속에는 봄꽃들이 피고
여유로 걷어 올린 팔목 같은 것들이
한가롭게 들어있다.(그림 : 최성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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