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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순 - 질경이의 감정시(詩)/시(詩) 2019. 4. 13. 15:26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닌데
길을 가다 발걸음에 밟히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무참히가 아니고
무심코라는 말이 더 아프다
발길로 공을 차듯 사람까지 차버리며 앞질러 층계를 올라가는
발들이 있다
차라리 봉하고 사는 입들은 아픈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비명도 없이 여전히 죽지 않은 질경이의 눌린 낯빛이 시퍼렇다
살다보면 나도 멍이 들곤 한다
짓밟힐 일 없는 하늘로 치솟을 거야!
아침마다 드라이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치켜세울지라도
안다, 때때로 하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프다는 거
바닥은 추락할 일이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밟힐 때마다 괜찮다, 괜찮다는 당신의 말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는다
밟혀서 다져진 어제의 감정,
좀 전의 감정들
바닥과 바닥들이 공유하며 꽃을 피운다(그림 : 유예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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