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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 - 지나가는 사람시(詩)/시(詩) 2019. 4. 15. 14:08
우리는 익숙한 타인입니다
규칙적인 시간을 함께 합니다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고마운 사람입니다
말은 삼가고 있습니다
먼 여행길에도
당신은 늘 거기 있습니다
서로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조심스럽고 공손합니다
우리는 만나지 않으면서 만나고
만나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른 목적지를 가겠습니다
당신은 나의 뒤쪽을 나는
당신의 뒤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발자국 소리만으로 단번에 서로를 알아차립니다만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추어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배려하는 사이입니다
배려가 넘쳐 어쩌면 외로운 사람입니다
슬픔은 늘 각자의 몫입니다
우리는 서로 철저한 방관자면서
끝없이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없어도 상관없지만
당신이 없으면 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계속 다가가지만 계속 멀어집니다
서로의 행방을 묻지 않습니다(그림 : 이석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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