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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 회오리바람 속에서 깜빡거린다
저 불빛, 부러진 단검 하나 남은 검투사 같다
무슨 결박으로 동여매 있기에
제 안의 황야에 저리 고달프게 맞서는 것일까
등대는 외롭고 적막하고 단호하다
모든 찰나는 단호하므로 미래가 없고
미래가 없으므로 과거도 없다
모든 찰나는 영원한 현재이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결연하게 깜빡거린다
저 불빛, 절벽 앞에서의 황홀이다(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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