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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지 - 박복탑 할머니
    시(詩)/시(詩) 2019. 3. 21. 16:37

     

     

    복 많이 받아서 탑처럼 쌓으며 살으라고
    울 아부지가 지어준 내 이름이여


    복길이 복순이 복만이… 그 많은 복자돌림 이름씨들 중에
    내 이름이 젤로 높으지러

     

    이 넘어지고 여름이 기웃 일어서면


    미역도 베고 톳도 뜯고 다시마 걷어 전복새끼 키우다보면 한 해
    가 후딱 가부러…


    흑산면 대둔도 도목리 한 고개 너머 도롱이 마을로 시집가서 살
    다가 영감 보낸 후 자슥새끼 데불고 다시 도목리로 와서 바다에만
    한 몸 기대고 살았지러 자슥들은 다 뭍에 나가 살지만 나는 여기가
    좋아…


    100년 된 뗏마배 삐거덕 삐거덕 노 저어 돌섬을 누비며 이거이
    내 차여, 니들이 몰고 다니는 그 쌩쌩이처럼 나는 내차 몰고 내 길
    다닌당께 심심할 새가 위딧어 밀물 썰물 잘 헤아려 오가다 보면 그
    냥 밤 오는 기여


    여든 여섯 이 나이 묵도록 그러니께 이 바다가 다 나여,
    이름 덕에 나 이렇게 푸짐하게 복 받고 사는 나가 바로 바다여,

    (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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