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화 - 패랭이꽃시(詩)/시(詩) 2019. 3. 21. 16:38
기둥 넘어져 무너지는 스라브판과 함께
야윈 철근쟁이 한 명
늙은 목수 한 명
무너졌습니다
넘어진 기둥 일으켜
새로 온 젊은 목수들 합판을 깔고
튼튼한 철근쟁이들 몰려와
좀 더 튼튼하게 철근을 넣어도
무너진 사람들 일어서지 않습니다
살아남아 캄캄한 가슴으로
쓴 소주 마시던 사람들
가벼운 바람에
무재해 깃발 한 번 흔들리면
뜨거운 눈물로 피 묻은 이름 씻어
가슴에 묻습니다
휘어진 철근토막
부러진 나무토막
불도저 삽날에 밀려
피 묻은 여름도 함께 파묻힌 공사장
철근을 메다 말고 담배 한 대참
가을 서늘한 햇살에 젖는데
철근 야적장 옆 언덕 위
철 지난 패랭이꽃 붉습니다(그림 : 박성완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재찬 - 반딧불이 (0) 2019.03.22 이잠 - 늦게 오는 사람 (0) 2019.03.22 김현지 - 박복탑 할머니 (0) 2019.03.21 박세미 - 생산 라인 (0) 2019.03.21 김광선 - 뒷걸음질 (0) 2019.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