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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선 - 뒷걸음질시(詩)/시(詩) 2019. 3. 21. 16:33
제 몸의 열 배도 넘는 메뚜기 사체를
한껏 어금니로 깨물고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개미 7월의 한낮
저 안간힘을 누가 욕심이라 할까
끼니가 꿈이었던 시절부터 흐르는 땀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때 되면 있는 먹이 하나 물고 설렁설렁
주어진 길 앞으로, 앞으로 내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뒷걸음질 쳐 돌아와
식구들의 따뜻한 저녁 한 끼니는
또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누군가 이렇게라도 해주었더라면,
개미의 뒷걸음질을 위해 작은 돌들을 치워준다
다 늦은 한밤이나 되어
벽지 무늬도 희미해진 한껏 달궈진 벽이거나
겨울이면 웃풍 드는 시린 바람벽에
젖은 등을 기댈 수 있는
개미는 오늘밤 편히 잘 수 있을까
뒷걸음질로 아슬아슬 여기까지 왔다.(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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