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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 자갈치풍시(詩)/시(詩) 2019. 3. 20. 17:31
선사시대 묵은 바람이 불어가는
젖은 길에는 어패류만 널린 건 아니다
먼 바다로 가야할 신발짝이 있고
바람이 입었다 벗어놓은 색색 거들이
상심한 애인을 기다리며 펄럭인다
질긴 가죽 허리띠와 짙은 썬그라스
바람을 일으키는 갈매기와 싸구려
출렁거리는 너울이 가까이서 절규한다
돌멍게 숨소리까지 거래되는 자갈치에는
헐값에 춤추는 갯바람만 있는 건 아니다
붉은 입술로 바람을 간보는 여인이
좌판 위 눈볼대를 흥정하는 동안
마른 생선에 싫증난 어부를 위해
돼지 족발도 김을 피우며
남태평양 물 끝에 가고 싶어하고
젖은 길 위에서 말라가는 생선비늘처럼
바람이 되고 싶은 늙은 강이 흘렀다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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