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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전 꾸러미를 쏟아 붇는 듯한
두꺼운 가윗소리에 묻혀
신작로를 따라 리어카 한 대 올라오면
소년의 입속은
도랑가 미나리 뜯어서 들기름으로 구운
어머니 부침개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벌써 침이 고이고
양은 냄비나 고물 사요.
빈병도 좋고 계란도 좋아
엿장수의 고함
밭일 날간 아버지 고무신을
엿과 바꿀 용기는 없어도
큰집 형 누나들이 바꾼 엿을 달라는 배짱은 있었다.
소변 보고 손도 안 씻은 엿장수 아저씨
그 시커먼 손으로 떼어 주던
호박엿
그 엿이 왜 그리 맛나던지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시절
그래도 단 맛 나는 것이 먹고 싶어서
빈 병이며 고물 잔뜩 모으려고 온 동네을
해매이던 그 시절
오늘따라 이렇게
엿장수 아저씨의 가윗소리가 그리운 것은
아직도
내 혓바닥의 미각은
그 단맛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그림 : 임병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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